갑자기 얼은 손이 주먹으로 떨렸네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백기완

휘날릴 때를 잊었는가 은행닢
노오랗게 매달려있는 밤 누군가가
“어디를 가시던 길이십니까”
“오늘이 이용석 열사의 여섯 돌이라”
“이용석 열사라니요”
“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이 덤터기를
제 몸으로 불 지른 이가 있질 않었는가”
“아직도 그런 젊은이가 있습니까”
“요샌 비정규직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”
“그래도 선생님은 좀 그만 다니시지요”

속이 뒤틀려 돌아오는데 뜻밖에도
언젠가 내가 잔치를 봐줬다는 아줌마가
굳이 감귤을 한 보따리 싸준다
낑낑 들고 오다 엎고 말었다 땍때굴

더러는 짓이겨지고, 뒤뚱이는데 누가
“밤나닥 반대만 하더니, 불쌍하게 됐군”
뭐라 짓밟히는 가을을 줍는 게 불쌍하다고
갑자기 얼은 손이 주먹으로 떨렸네